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시범사업 대상에서 빠진 기초자치단체들이 자체적으로 기본소득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전북에서는 먼저 무주군이 ‘무주형 기본소득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황인홍 무주군수는 27일 군청 기자실을 찾아 무주만의 고유정책을 제시해 농촌형 기본소득의 선도모델을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황인홍 군수의 생각을 이해하면서도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려고 하는데 대해 기본소득사 업의 취지 등 몇 가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언론보도를 통해 나타나는 ‘무주형 기본소득사업’은 군민 2만 2천여 명에게 연간 268억여 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사업이다.군의회 등에서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 같은 구상을 바탕으로 추산하면 군민 한 사람이 매달 10만원 안팎의 무주사랑상품권을 기본소득으로 받을 수 있다.기본소득 예산은 최근 인구 변화율과 인구 추이 등을 반영해 산출한 것이다. 다만 장기 요양입원자, 거주불명자, 군 복무자 등 현실적으로 무주사랑상품권 사용이 어려운 인원을 제외했다고 한다.무주군이 산출하는 기본소득사업 예산은 무주군 일반회계 예산의 6~7%여서 재정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기본소득사업의 지속가능성에 우려가 제기된다.기본소득사업의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전출금, 순세계잉여금 등 군비로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회계연도 간 재정수입 불균형을 조정하고 동일 회계연도 내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각종 회계·기금의 여유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제도이다.또 순세계잉여금은 한 회계연도의 세입·세출 결산에서 남은 잉여금에서 이월금과 보조금 잔액을 제외한 순수한 잉여금을 말한다.궁극적으로는 무주군 재정으로 부담하는 것이어서 깊게 연구하고 재정부담의 타당성과 지속가능성 등에 대해 따져볼 일이다.황인홍 군수는 이와 관련해 “침체 일로에 있는 무주지역 활성화와 군민 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며 “앞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조례 정비, 관련 부처 협의 등 행정절차 이행을 마치는 대로 ‘무주형 기본소득’을 지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또한 “‘무주형 기본소득’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다양한 규제를 묵묵히 감수해 온 세월에 대한 보상이자 지속 가능한 무주의 미래를 여는 마중물이요, 군민에게는 기본소득만큼의 여유를 불어넣고 지역에는 활기를 채우는 사회보장제도”라고 설명했다.특히 “무엇보다 무주사랑상품권 지급을 통해 환류되는 선순환의 토대 위에서 ‘무주다운 무주, 행복한 군민’ 실현을 실감할 수 있는 농촌형 기본소득의 선도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전북에서는 순창군이 농림축산식품부의 시범사업 주체로 선정됐다. 순창군은 이에 따라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전체 주민에게 매달 15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기본소득의 재원은 농림부가 2년 간 지원하는 국비 389억 원, 도비 175억 원, 군비 409억 원 등 973억 원이다.국비 지원이 40%에 그치기 때문에 전북자치도와 순창군이 60%를 부담하며, 그나마 순창군 부담이 과중한 실정이다. 순창군 일반회계의 8%에 육박하는 수준이다.기본소득은 기본사회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원용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취지대로 기본사회를 실현하려면 지방재정의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기본소득사업을 원활하게 이끌고 가려면 자주재원의 확보가 절실하다.수도권 편중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소멸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기본소득사업이 유효한 대책이 될 것이다.무주군의 경우 지형적 이점을 고려해 풍력이나 태양광, 관광단지 수익금, 특산품 판매 등으로 기본소득의 재원을 충당하는 게 좋을 것이다.더 나아가 기본소득재단을 설립해 항구적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마을자치연금처럼 사회보장제도로서 성격을 분명히 하고 기본소득사업을 추진하면 어려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